개인적으로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를 참 좋아한다. 히트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 씬들과 빠른 전개, 콜래트럴의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분위기.. 최근의 퍼블릭 에너미는 그 전 대작들만큼 만족하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마이클 만 감독은 남자들이 좋아할 수 있는 요소를 많이 갖춘 감독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인사이더 영화는 약간 느낌이 달랐다. 범죄, 스릴러에 초점을 맞춰온 그의 영화가 이번에는 현실성을 부여하고 고립된 개인이 사회와 맞서는 내용을 표현했다. 어쩌면 약간은 지루할 수도 있는 영화, 하지만 알 파치노와 러셀 크로우라는 두 연기파 배우의 힘일까, 정말 재미있게 봤다. 참고로 'Insider'의 의미는 '내부 고발자'이다.
제프리(러셀 크로우)는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담배 회사의 부사장 지위에 있는 능력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할 때 맨 처음 볼 수 있는 그의 모습은 해고당한 후 쓸쓸히 회사를 등지고 나오는 모습이다. 일찍 귀가한 남편에게 해고 소식을 들은 제프리의 부인은 당장 생활의 힘들어질 것에 대한 걱정으로 어쩔 줄 몰라하고 제프리는 그런 아내의 모습에 더 위축된다.
한편, 로웬(알 파치노)는 방송국인 CBS의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60분'이라는 프로그램의 PD이다. 테러 용의자를 인터뷰할 정도로 열정이 넘치고 자신의 일에 소신을 가지고 있는 그는 우연히 담배 회사의 기밀이 담긴 문건을 발견하게 되고 제프리에게 자문을 구한다. 제프리는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는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지만 자신을 해고한 담배 회사가 기밀 유지에 대해서 협박하고 가족을 위협하자 오히려 생각을 바꾸고 로웬과 함께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한다.
제프리가 법정에서 담배 회사의 비리를 폭로하는 증언을 하고 로웬의 인터뷰에 응하게 되면서 둘은 점점 고립되어 간다. 제프리는 끊임없이 담배 회사로부터 협박당하며, 도움을 요청한 FBI조차도 오히려 그를 의심하는 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와는 이혼을 하게 되면서 그의 인생은 파멸될 지경에 이른다. 로웬은 열정적으로 일을 추진하지만 CBS에는 이미 외압으로 인해서 방송금지 처분이 내려지고 그의 동료들조차도 외압과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방송을 반대한다. 진실을 밝혀야하는 자신의 소신과 인생을 걸고 자신을 믿고 있는 제프리를 위해 로웬은 CBS가 외압에 의해 방송금지 처분을 내렸다는 사실을 외부 언론에 폭로한다.
결국 진실을 밝혀지게 되고 미국의 대형 담배 회사들은 법적 공방에 휘말리게 되면서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배상금을 물게 된다. 정보만 주면 반드시 보호하겠다는 제프리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동료들에게 상처를 입은 로웬은 결국 CBS를 떠나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개인이 하나의 조직, 사회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이길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너무 많은 희생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은 그런 개인 한 명 한 명들 덕분에 사람이 살 만한 세상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던 제프리와 로웬. 하지만 그들이 겪어야 헀던 좌절감과 무력감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정도의 크기가 아닐 것이다.
비록 기대했던 마이클 만 감독의 생생한 액션이나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보진 못했지만 다른 의미에서 가슴을 울리는 뭔가가 느껴졌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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