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5일 목요일

디스트릭트 9 ( District 9, 2009, Neill Blomkamp )

 

미국과 세계 각지에서 엄청난 흥행을 하며 이슈화되었던 디스트릭트 9을 보게 되었다. 피터 잭슨이라는 거물의 제작, 닐 블롬캠프라는 신인 감독, 그리고 배우들은 모두 얼굴조차 처음 보는 신인 배우들.. 흥행에 성공한 역작치고는 다소 황당한 배경이라고 느끼며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가 시작하면 이미 외계인은 지구에 들어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도시인 요하네스버그 상공에 거대한 외계인 우주선이 멈춰서고 그 안에서 수 많은 외계인이 발견된다. 엄청난 과학 기술들이 집약된 듯한 우주선과 각종 레이저 무기들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할 만큼 외계인들은 정말 야만스럽고 미개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인간들은 '디스트릭스 9'라는 지역을 만들고 그 곳에 몇 백만의 외계인을 가두고 살게 한다.

 

그러던 중, 외계인 관리국 MNU는 외계인으로 인해 무법지대로 변해 버린 디스트릭트 9를 강제 철거하기로 결정하고 디스트릭트 10을 새롭게 만들어 외계인들을 이주시키기로 한다. 그 이주 프로젝트의 책임자로는 이영화의 주인공인 비커스(샬토 코플리)가 임명된다. 비커스는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제일 먼저 외계인들을 설득시키려고 한다. 마치 개발 예정 지역에 살고 있는 가난한 서민들의 집을 강제로 철거하기 위해 개발하려는 사람들이 서민들에게 강제로 철거 동의서에 서명하라고 하는 것처럼 비커스는 외계인들에게 철거 동의서를 무작정 들이민다. 하지만 외계인들은 대부분 반발하는데, 비커스는 번번히 무력을 이용해서 그들을 진압해 동의를 받아낸다. 그러다 실수로 어떤 액체를 건드리게 되고 그 액체가 얼굴에 튀게 된다. 황급히 닦아 내고 별 이상이 없자 그 액체를 압수한 후 비커스는 계속 일을 진행하지만 외계인을 무력 진압하던 도중 팔에 상처를 입게 되고 MNU로 복귀하게 된다.

 

복귀한 비커스는 자신의 팔을 치료하려고 임시로 묶어둔 붕대를 푸는데 자신의 팔이 외계인의 팔로 변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경악한다. MNU에서는 비커스의 이런 상황 때문에 비커스가 실험 대상으로 적합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를 살해해서 외계인에 대한 각종 실험을 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비커스는 가까스로 탈출하고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짐작하는 그 액체를 만든 외계인을 찾아간다. 그 외계인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아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는 크리스토퍼인데, 크리스토퍼는 비커스에게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비커스는 이 말에 희망을 얻고 크리스토퍼와 함께 압수한 액체가 보관되어 있는 MNU 건물로 쳐들어간다. 가까스로 액체를 구해서 건물을 나가려고 하지만 그 곳에서 크리스토퍼는 자신의 동족들이 인간들에 의해 실험 대상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비커스를 인간으로 만드는 것보다 동족들을 인간으로부터 구해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탈출에 성공한 둘은 크리스토퍼의 아지트로 돌아오지만 고향으로 갔다가 3년 후에 다시 비커스를 고치러 오겠다는 크리스토퍼의 말에 비커스는 크리스토퍼를 배신하고 혼자 액체를 독차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MNU 군대의 방해로 인해 무산되고 비커스는 외계인 병기에 탑승한 채 MNU 군대와 맞서게 된다.

 

점점 불투명해지는 자신이 인간으로 되돌아가는 성공을 뒤로 한 채, 비커스는 크리스토퍼의 염원을 이뤄주기 위해 크리스토퍼를 엄호해서 먼저 외계인 모선으로 보내주고, 홀로 MNU 군대와 싸워 그들을 섬멸시킨다. 그리고 그는 곧 완전히 외계인으로 변해서 아내를 그리워하며 쓸쓸히 살아간다.

 

영화 시작부터 꽤 신선한 충격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다른 외계인이 나오는 SF 영화처럼 외계인이 침공하거나, 새롭게 외계인이 지구로 들어오는 구성이 아닌 외계인이 이미 들어와서 정착을 한 상황을 전제로 하고 영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계인은 실제로는 발달된 문명을 가지고 있지만 지도자의 부재와 같은 이유로 인해 미개하고 더러운 취급을 받고 있다는 설정도 꽤 흥미로웠다.

 

이 영화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란 나라에서 실제로 있었던 디스트릭트 6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졌다는 말이 많다. 디스트릭트 6는 실제로 '케이프 타운'이라는 도시 외곽 지역으로 유색 인종들이 거주하던 지역이었는데 케이프 타운이 확장되면서 이 지역이 도심으로 바뀌어서 백인들이 강제로 유색 인종 거주민들을 몰아낸 지역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이 영화에 나오면 많은 소재와 장면들이 남아공의 현실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감독은 아마도 남아공의 현실에 SF 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그것을 고발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이 영화에서는 인간의 이기적인 측면도 볼 수 있는데, 그렇게 외계인을 하등한 존재로 보며 무시하던 비커스가 막상 외계인 입장이 되자 어떻게든 크리스토퍼의 도움을 받으려고 애쓰고, 그것도 나중에 자신의 뜻대로 안되자 바로 배신해버리는 모습이 나온다. 근데 그걸 보면서 내가 저 상황이면 비커스처럼 똑같이 행동할 것 같아서 비난할 수가 없었다. 교묘하게 영화 내의 상황을 이용해서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는 그런 인간의 이기심을 표현해내는 감독의 표현력을 인정안할 수가 없었다.

 

영화의 촬영 기법도 꽤 신선했는데, 어떤 장면은 영화를 본다기보다는 뉴스의 한 장면을, 혹은 일반인이 찍은 영상이라는 느낌으로 볼 수 있게 하면서 현장감이 더해졌다. CG도 꽤 화려하고 액션씬도 나쁘지 않아서 실제감도 더했다.

 

전체적으로 괜찮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고 감독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인 감독 빌 블롬캠프의 영화 데뷔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2009년 10월 11일 일요일

써로게이트 ( Surrogates, 2009 )

 

 

이제는 노장이 된 브루스 윌리스의 새 영화 써로게이트를 봤다. 브루스 윌리스 영화는 꼭 챙겨보는 편이라서 별로 망설이지 않고 선택해서 봤는데 나쁘지 않았다.

 

미래에는 '써로게이트'라는 로봇이 발명되며, 이것이 인간의 생활에 깊숙이 파고든다. 써로게이트는 자신의 몸은 그대로 있고 어딘가에서 그것에 접속만 하면 운영자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로봇이다. 어느 날, 두 개의 써로게이트가 파괴되고 안구가 녹은 채 발견되는데, 실제 운영자의 뇌까지 녹아 운영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다. 사망한 두 운영자 중 한 명이 써로게이트를 발명한 개발자인 켄트 박사(제임스 크롬웰)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실제 표적은 켄트 박사였다는 것을 밝혀진다.

 

한편, FBI 요원인 그리어(브루스 윌리스)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써로게이트를 사용하여 FBI 생활을 하고 있지만 매일 아내의 가짜 얼굴만을 보고 사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 그가 켄트 박사 아들의 살인 사건을 맡게 되고 용의자를 쫓게 된다. 추적하는 와중에 용의자의 무기에 다섯 명의 경찰이 켄트 박사 아들과 같은 방법으로 살해당하고 그리어는 써로게이트 금지 구역에 헬기와 함께 추락하고 만다. 이 사건으로 인해 그리어는 써로게이트를 잃고 정직 처분까지 받게 된다.

 

그리어는 써로게이트를 쓰지 않은 채 이리저리 조사를 하던 중 써로게이트 개발 회사에서 써로게이트와 운영자를 함께 죽이는 무기를 발명했었고, 군부대와 거래 계약을 체결할 뻔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살인 사건의 배후에 상관인 앤디(보리스 코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리어는 강제로 앤디의 컴퓨터에서 정보를 빼낸다. 그 후 그리어는 그의 파트너인 피터스(라다 미첼)과 정보를 공유하던 중 이미 켄트 박사에 의해서 조종하하고 있는 피터스의 써로게이트에 의해 도리어 당하고 만다.

 

알고보니 켄트 박사는 써로게이트를 발명하긴 했지만 써로게이트 사용을 반대하고 있으며 없애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써로게이트 반대 조직의 수장인 드레드가 박사의 써로게이트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박사는 앤디의 표적이 되었었던 것이다.

 

켄트 박사는 피터스의 써로게이트를 이용해서 전 세계의 써로게이트 사용자를 몰살시키려고 시도하지만 그리어의 노력에 의해 실패한다. 하지만 그리어는 운영자는 죽지 않지만 써로게이트는 모두 바이러스에 의해 사라지는 명령은 제거하지 않고, 전 세계의 써로게이트는 모두 망가진다.

 

영화를 볼 때는 심각하게 느끼지 못했지만 리뷰를 쓰다보니 줄거리에서 비약이 많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군부대가 개입해서 무기를 찾으려고 하는데, 써로게이트를 반대하는 세력의 두목이 오히려 켄트 박사의 써로게이트였다는 충격적인 사실만 나오고 그 후의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어가 미궁에 빠져있는 사건 속에서 헤어나질 못하다가 갑자기 상관인 앤디를 용의자로 지목하는 부분도 내용 흐름에 맞지 않는 부분이다.

 

영화의 소재는 정말 참신한 것 같다. SF 영화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로봇이 소재이긴 하지만 인간의 대리로써 움직이고 활동한다는 것이 가까운 미래에는 정말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은 좋은 아이디어이다. 하지만 써로게이트로 사회에서 활동을 하게 됨으로써 진짜 인간 대 인간으로는 만날 수 없게 되고 그로인해 삭막해지는 사회을 보여주는 부분에 감독이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들어 있다. 현재에도 그런 일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가상 현실 속에서 자신들의 아바타끼리 연애를 하고 심지어 가상 현실과 실제 현실을 분간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한다.

 

과학 기술의 발전의 인간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있긴 하지만 그 때문에 사회가 삭막해지고 진정한 소통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오히려 발전이 해가 되는 것이 아닐까.

2009년 10월 10일 토요일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ジョゼと虎と魚たち, 2003, 이누도 잇신 )

 

국내에서 2004년에 개봉되었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영화를 이제야 봤다. 그 당시에도 그런 영화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볼 기회도 없을 뿐더러 딱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가 않았었다. 이번에도 딱히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인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내용이 꽤 괜찮았다.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는 대학교 4학년 학생으로, 밤에는 마작 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아가는 청년이다. 어느 날 마작 게임방에서 다른 사람들이 수상한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고,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 유모차를 마주치고 어쩌다보니 할머니를 도와주게 된다. 알고보니 할머니는 다리에 장애가 있어서 걷지 못하는 다 큰 손녀를 유모차에 태우고 매일 산책을 시켜주는 것이었다. 그날 저녁을 할머니집에서 먹은 츠네오는 손녀인 쿠미코(이케와키 치즈루)의 요리 솜씨에 감탄하고 매일 찾아오게 된다.

 

한편, 츠네오는 진정한 사랑을 하기 보다는 여자와 섹스를 하는 것에서 만족을 얻는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최근에는 카나에(우에노 주리)와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매일 쿠미코의 집에서 밥을 먹으면서 쿠미코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쿠미코도 그녀에게 잘해주고 자신과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츠네오에게 좋은 감정을 느끼지만 할머니의 반대로 둘은 다신 만나지 못하게 된다. 결국,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둘은 다시 만나게 되고 츠네오는 카나에와 헤어지고 쿠미코와 동거를 시작한다.

 

쿠미코는 연인이 생기면 꼭 하고 싶었던,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고 생각하는 호랑이를 실제로 보는 것을 츠네오와 함께 하고, 둘은 점점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한다. 1년 후, 츠네오는 다리에 장애가 있고, 성격에 제멋대로인 쿠미코와 만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쿠미코도 언젠가는 둘이 헤어질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게 되지만, 집에서 나오지도 않고 어둠 속에서만 살았던 자신이 츠네오로 인해서 바깥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츠네오과 쿠미코가 그것을 느끼게 되고 몇 개월 후 결국 둘은 헤어지고, 츠네오는 자신이 힘들어서 헤어졌지만 쿠미코를 너무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결국 참았던 눈물을 흘리게 된다.

 

이 영화는 단순히 줄거리만 읊조리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화 구석구석에서 전해지는 둘의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헤피엔딩도 아니며, 단지 우리가 일생 생활에서 항상 겪는 이야기를 영화로 잔잔하게 풀어내고 있다. '조제'는 한 프랑스 소설의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언젠간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거야. 베르나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야.

 

그 소설의 내용 중 일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쿠미코는 사랑은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끝이 난 후에는 둘은 또 어떻게든 살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츠네오, 눈 감아봐. 뭐가 보여?
아무것도. 깜깜해.
거기가 옛날에 내가 살던 곳이야. 깊고 깊은 바닷속. 난 거기서 헤엄쳐 나왔어.
그곳은 빛도 소리도 없고, 바람도 안 불고 비도 안 와.
정적만이 있을 뿐이지.
별로 외롭지는 않아.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냥 천천히 시간이 흐를 뿐이지.
난 두 번 다시 거기로 돌아가진 못할 거야.
언젠가 네가 사라지고 나면 난 길 잃은 조개껍질처럼
혼자 깊은 해저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겠지.
데굴데굴. 데굴데굴. 데굴데굴....
그것도 그런대로 나쁘진 않아.

 

츠네오와 쿠미코가 바다로 여행을 갔을 때 쿠미코가 혼잣말로 중얼거린 내용이다. 쿠미코는 츠네오를 통해서 한층 성숙했고, 츠네오가 떠나더라도 성숙한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에 츠네오가 쿠미코와 헤어지고, 다른 여자 친구들과 헤어지고 난 후에는 다시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쿠미코는 다신 친구가 될 수 없고 다신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에서 쿠미코와는 다른 여자들과 다른 진짜 사랑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가 끝난 후, 내용이 참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신기한 내용도, 스크린에서만 볼 수 있는 무언가도 없었다. 그냥 일상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랑 이야기였다. 그래서 신선했다. 나도 알고 있지만, 느끼지는 못하고 있던 것. 사랑하지만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 사랑이 짐이 될 때가 있다는 것. 몇 년이 지나고 다시 이 영화를 보면 지금과는 다른 것을 또 느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2009년 10월 3일 토요일

킹콩을 들다 ( 2009, 박건용 )

 

추석 때 집에서 시간이 남아서 예전 영화나 한 편 볼까 하고 인터넷을 뒤적이던 중, 지난 7월에 개봉했던 '킹콩을 들다'라는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다양한 캐릭터를 구사하는 연기파 배우 이범수, 아직은 다소 낯선 배우 조안이 주연이며 신인 감독인 박건용 감독이 연출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대단히 평가가 좋아서 기대를 하며 영화를 보게 되었다.

 

88년 올림픽 역도 선수 이지봉(이범수)은 역도를 들던 중 팔꿈치 부상을 당하며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동메달을 따게 된다. 부상과 심장 질환으로 인해 더 이상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한때는 금메달을 딸 뻔 했던 그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이름없는 전직 역도 선수로 남아 쓸쓸한 삶을 살게 된다.

 

20년이 지난 2008년, 이리저리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히 살아가던 그에게 전직 코치로부터 학생을 가르쳐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게 된다. 보성여중의 체육 선생이 되어 역도부를 가르치게 된 이지봉은 의욕이 넘치는 여섯 명의 학생을 받게 되고 훈련을 시작한다. 하지만 역도 선수 생활에 상당히 회의를 가지고 있는 이지봉은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역도를 가르치지 않는다. 그 결과, 학생들은 첫 시합에서 참패와 수모를 겪게 되고, 학생들은 이지봉 선생에게 제대로 된 역도를 가르쳐달라고 눈물 섞인 부탁을 하게 된다. 학생들의 의지에 마음을 바꾸고 제대로 가르쳐보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지봉 선생은 훈련 일지를 쓰는 것은 물론 학생들의 식습관 및 체질까지 신경을 쓰며 열심히 학생들을 훈련시킨다. 그 와중에 세 명의 학생이 중앙여고에 진학하게 되고 그 학교의 체육 선생과 교장 선생의 특별 허락 하에 계속 이지봉 선생이 그 세 학생을 가르치게 된다.

 

마침내 시합 날, 여섯 명의 학생 중 역도를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은 네 명이 우수한 성적으로 시합을 치르면서 이지봉 선생과 학생들이 보성에서 이름을 날린다. 이를 지켜보던 중앙여고의 체육 선생과 교장 선생이 자신의 학생들인 세 명의 학생들을 빼앗으려고 한다. 그것을 저지하던 중 중앙여고 체육 선생의 계략으로 공권력의 개입되고 이지봉 선생은 더 이상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게 된다. 결국 학생들은 중앙여고에서 계속 훈련을 하게 되고 중앙여고 체육 선생의 잔인한 교육 방식에 지쳐간다.

 

이지봉 선생은 안타까운 마음에 학생들에게 편지를 쓰고, 편지를 주려고 가던 중 심장 질환으로 인한 급성 심장 마비로 인해 급사하게 된다. 이 사실을 모르는 학생들은 전국 체전에 출전하고, 체전 당일에 이지봉 선생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된다. 학생들은 울면서 가슴팍에 쓰여진 중앙여고 이름을 떼고 '이지봉 선생' 쓴다. 결국 가장 열심히 했던 학생 박영자(조안)는 전국 신기록을 수립하면서 우승하게 된다. 영화는 박영자가 미래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끝이 난다.

 

영화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각자 열심히 해야 하는 목표가 있는 학생들의 눈물겨운 노력, 학생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이지봉 선생의 사랑.. 중간중간에 이지봉 선생이 하는 말들도 하나같이 다 너무나도 좋은 말들이고 학생들에게 의지를 북돋아 줄 수 있는 말들이었다. 특히 '동메달을 딴다고 해서 동메달 인생이 되진 않아. 그렇다고 금메달을 딴다고 해서 인생이 금메달이 되진 않아. 매 순간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그 자체가 금메달이야'라는 말이 정말 가슴에 와 닿았다. 마지막에 박영자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에서 이지봉 선생의 진정한 사랑의 힘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 신인 감독이 연출한 것 치고는 잔잔한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확실히 알고 있고 그것을 적용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감독 생활 도중 과로로 인한 뇌출혈로 순직한 역도 교사가 있었고 그 분이 키워낸 역도 선수들이 체전에서 15개 금메달 중 14개 금메달과 1개의 은메달을 따냈었다고 한다. 영화 상에서 봐도 대단한 사람인데 실제 있었던 사람이라고 하니까 더욱더 대단한 것 같다. 뭔가 신념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확실히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불꽃처럼 나비처럼 ( The Sword With No Name, 2009, 김용균 )

 

주로 영화관에서는 영화관에서 봐야지만 느낌이 오는 스케일이 큰 영화들을 보는 편인데, 이번에는 명성황후를 다룬 영화라길래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감독은 '분홍신'을 연출했던 김용균 감독이며, 주연 배우는 이미 다수의 영화로 이름이 많이 알려진 조승우, 수애이다. 수애가 명성황후 역을 맡았으며 조승우는 명성황후를 사모하며 곁을 지키는 호위무사 역이다.

 

영화의 배경은 흥선대원군(천호진) 집권 시절, 쇄국 정책을 고수하던 대원군은 왕권 강화를 위해 왕후 간택을 서두른다. 대원군은 외척 세력도 경계했기 때문에 세력이 강하지 않은 민씨 세력의 민자영(수애)을 간택하게 된다. 왕후가 되기 전, 민자영은 아버지와의 추억이 있는 바다를 보러 가는데 그 때 뱃사공이자 자객인 무명(조승우)를 만나게 된다. 무명이 뱃사공 역할을 하며 둘은 하루종일 함께 있었고, 무명은 민자영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민자영은 왕후가 될 사람, 곧 중전이 되어 명성황후가 된다. 무명은 명성황후를 지켜주고 함께 있고 싶은 마음 때문에 목숨을 걸고 궁 입단식을 치르고 입궁하게 되며 그녀를 지킬 수 있게 된다.

 

한편, 명성황후는 흥선 대원군과는 반대로 개방에 적극적이었는데 각 나라 사람들을 두루 만나며 친분을 쌓고 문물을 교류하고자 애썼다. 그런 며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대원군은 백성들이 한 것처럼 꾸며 그녀를 살해하고자 하지만 무명이 명성황후를 데리고 도주함으로써 실패로 돌아간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명성황후는 무명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시 궁궐로 돌아가며, 소원했던 고종 황제와의 관계도 회복한다. 하지만 따뜻했던 무명의 도움과 목숨을 걸고 자신을 보호해주는 모습에 그녀도 무명을 사랑하게 된다.

 

한편, 조선이 개방하는 것을(러시아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일본 공사 미우라는 명성황후를 적으로 여기고 그녀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대원군에게 함께 하기를 청한다. 하지만 대원군은 거절하고 도리어 자신의 호위무사인 뇌전(최재웅)에게 명성황후 보호를 명한다. 일본은 총과 칼로 무장한 군대를 앞세워 명성황후의 궁으로 쳐들어가고 뇌전과 무명의 목숨을 건 희생을 물리친 끝에 명성황후 살해에 성공한다.

 

영화가 끝나고 느낀 것은 이 영화는 조선의 역사에 비추어서 생각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역시 영화는 영화일 뿐, 이 영화를 통해서 역사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상당한 왜곡이 있을 것이다. 임오군란, 명성황후 시해 사건 등 많은 부분이 영화의 재미를 위해 사실과는 다르게 그려졌다. 물론, 그 시기의 일들은 워낙 논란이 많고 확실한 진실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영화 중간부터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역사를 신경쓰지 않고 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순수 사극 멜로 영화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봤다.

 

이 영화의 모티브는 수많은 멜로 드라마, 영화의 모티브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그리고 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남자가 여자를 목숨을 걸고 지켜주는 내용이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 고뇌하고 어떻게든 한번 더 얼굴이라도 보려고 하는 무명의 모습은 영화 보는 내내 가슴이 찡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무명은 마지막 뿐만 아니라 영화 내내 여러 번 명성황후를 위해서 목숨을 건다.

 

그리고 멜로 영화치고는 그래픽이나 액션 씬에 꽤 신경을 쓴 듯한 느낌이었다. CG가 어색한 부분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나쁘진 않았던 것 같고 자주 벌어지는 뇌전과 무명의 액션씬은 꽤 볼만했다.

 

하지만 스토리 전개 상에서 어색한 부분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영화를 잘 분석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대원군이 명성황후를 그토록 싫어하며 살해하려고까지 했는데 일본의 명성황후 살해 제의를 거절하는 것이라든지, 일본은 딱히 처음에 나온 부동항 문제 외에는 별 이유도 나오지 않는데 명성황후를 살해하려고 한다든지.. 그런 것들이 조금 어색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멜로 영화로써의 감동도 꽤 있었고 그래픽과 액션 씬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영화보는 내내 수애라는 배우가 참 동양적인 미를 볼 수 있는 배우며, 그래서인지 특히 사극 역할에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많은 기대가 되는 배우인 것 같다.

2009년 10월 2일 금요일

거북이 달린다 ( 2009, 이연우 )

 

타짜, 추격자 이후로 김윤석의 명연기에 반해서 차기작인 거북이 달린다를 참 많이 기대했었다. 그래서 영화관에서 보기 위해 많이 시도를 했었는데 번번히 시간이 안 맞아서 실패하다가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감독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연우 감독이며, 상대역은 드라마에서 많은 좋은 연기를 펼쳤던 정경호이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초반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면서 조필성(김윤석)의 전형적인 시골 형사 생활을 보여준다. 별로 하는 일 없고, 지방에서 열리는 소 싸움 대회 성공만이 목표이며, 심심하면 다방 가서 시간을 죽이는.. 가끔 정의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푼돈을 벌기 위해 사주를 받고 성매매 등을 단속하는 그런 모습이다. 하지만 그런 조필성도 형사이기 때문에 마을에서 꽤나 인정받는 인물 중의 하나인데, 그래서인지 딸의 학교에서 일일교사를 초청받는다.

 

한편, 지병을 앓고 있는 용의자가 심문 도중 조필성의 실수로 사망할 뻔 하면서 3개월 정직 처분이 내려진다. 안그래도 집에 돈이 부족한 조필성은 아내에게 혼날까봐 3개월 동안 월급을 못 받는다는 말은 못하고 도박의 일종인 소 싸움 대회에 아내가 모아놓은 300만원을 모두 투자한다. 뜻밖에 성공적으로 1800만원을 벌게 되지만, 탈주범 송경태(정경호)가 조필성의 돈을 가지고 있는 그의 친구들을 폭행하고 그 돈을 빼앗아 달아난다. 조필성은 송경태를 쫓지만 도리어 몸이 재빠른 송경태에게 당하게 된다.

 

다음 날 그 사실을 경찰 동료와 상사들에게 말해보지만, 조필성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정직 상태인데다, 돈, 자존심까지 잃은 조필성은 친구들과 함께 복수를 도모한다. 마을 여기저기서 수집한 정보를 통해 송기태의 내연녀인 경주(선우선)의 집을 습격하지만 도리어 그에게 손가락이 잘리는 수난을 당한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잡으려고 노력한 끝에, 송기태를 돕고 있는 마을의 한 청년을 붙잡게 되고 송기태에게 필요한 여권과 달러를 확보하게 된다. 이젠 도리어 급해진 송기태와 송기태를 꼭 잡고 싶어하는 조필성의 1:1 대결이 시작되고, 난투극 끝에 조필성은 송기태를 때려눕히고 경찰서에 데려오게 된다.

 

일일교사를 맡기로 했던 조필성은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화려한 경찰 퍼레이드를 보여줌으로써 멋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내내 약간 조바심이 났었는데, 그것은 영화 초반에 나온 딸의 일일교사 제의를 받아들인 후 계속 망가지는 조필성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어떤 식으로 일일교사를 성공시킬 것인지가 걱정되어서였다.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로 나오는 그가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영화 보는 내내 그게 점점 어려워지기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으로 딸에게 멋진 선물을 안겨주는 모습이 영화 장면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조필성과 정경호는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았다. 몇 번이나 감옥을 탈출할 정도로 머리가 비상하고 몸이 재빠른 정경호, 시골에서 별로 하는 일 없이 편하게 살아가는 조필성. 하지만 조필성도 송기태 때문에 많은 것을 잃으면서 서서히 변한다. 반대로 송기태는 처음 보는 사람을 믿고 여권과 돈 가지고 오는 일을 맡기는 등 다소 치밀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마치 토끼와 거북이 동화에서 방심하는 토끼와 열심히 걷는 거북이처럼.. 결국 동화에서처럼 거북이(조필성)는 토끼(송기태)를 잡게된다.

 

추격자에서처럼 김윤석은 기대에 저버리지 않는 명연기를 보여줬다.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시골 형사의 모습이었고 당하고 또 당하면서도 일어서는 의지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를 응원하게 만들었다. 비록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추격자보다는 긴박감이나, 사실감 등이 덜했지만 배우 김윤석을 한번 더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태양의 눈물 ( Tears Of The Sun, 2003 )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배우인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으로 나온다는 것을 알고는, 별 망설임 없이 보게 되었다. '안톤 후쿠아'라는, 나에겐 생소한 감독이 연출했으며, 의외로 희대의 섹시 배우 '모니카 벨루치'가 나온다는 말에 더욱 기대를 하게 되었다.

 

배경은 나이지리아의 첫 민주적인 대통령이 선출된 직후이다.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 군부 세력들은 쿠데타를 일으키고 나라 전체가 전쟁에 휩싸인다. 반군 세력들은 나이지리아 국민들에 무차별 살육을 자행하고 그 상황 속에서 미군은 서서히 군대를 철수시키기 시작한다.

 

워터스 대위(브루스 윌리스)는 최정예 특수 부대 지휘관으로, 뛰어난 작전 해결 능력으로 인정받는 사람이다. 그에게 나이지리아에서 미국인 의사 '리나'(모니카 벨루치)를 구해오라는 임무가 떨어지고, 부대원과 함께 나이지리아로 가게 된다. 나이지리아에서 리나를 만나서 데리고 가려고 하지만 리나는 나이지리아 난민들을 두고는 절대로 떠날 수 없다고 하고, 결국 70여 명의 난민과 함께 국경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중간에 한번, 헬기를 타고 리나만 데리고 떠나려고 하지만, 워터스 대위는 난민들이 무차별 살육되는 현장을 목격하고는 다시 헬기를 돌려 생각을 바꿔 난민들을 구조하러 간다. 하지만, 국경을 향해 이동하는 사이 반군들이 자신들을 바짝 쫓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반군들이 난민들에게 원하는 것이 있음을 알게 된다. 난민들을 다그쳐 알아낸 결과, 난민들 틈에 대통령의 아들이자 부족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엄청난 규모의 반군이 몰려오는 상황 속에서, 워터스와 그의 부대원들은 난민들과 리나를 무사히 탈출시키기 위해 많은 희생을 치른다. 결국 난민들과 리나는 탈출하고, 공중 지원 덕분에 반군들을 섬멸하는데 성공한다. 많은 부대원들이 전사하고, 4명 정도만 심한 부상을 입은 채 살아남고 임무는 완료된다.

 

영화의 마지막엔 감독의 메시지가 나온다.

악의 승리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조건은 선의 방관이다.(The Only thing necessary for the triumph of evil is for good men to do nothing.) -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

 

워터스 대위는 뛰어난 군인으로, 한번도 임무를 실패한 적 없고, 개인적인 판단보다는 임무 그 자체를 위해서만 임무를 수행해왔다. 하지만 난민들이 무고하게 희생되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난민들을 모두 탈출시키겠다는 위험한 판단을 하게 된다. 그 때부터 이 영화가 진짜로 시작되는 것이다. 영화 내내 워터스 대위는 부대원들이 희생될 것이 뻔하고 심지어 성공 여부조차 불투명한 결정을 내린 것이 옳은 것인지 갈등한다. 하지만 부대원들이 자신을 믿고 같은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보고는 다시 확신을 가지게 된다.

 

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생각은, 저 리나라는 미국 시민 한 명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워터스가 이끄는 이글 부대의 많은 사람이 고생하고 희생당한다는 사실 때문에 어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나이지리아의 난민들에게 자행되는 살육들이 화면에 나오고, 처음에는 워터스 대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난민을 도왔던 부대원들이 생각이 바뀐 것처럼 내 생각도 바뀌었다. 그리고 마지막의 감독의 메시지를 보면서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든 목적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워터스 대위는 리나를 강제로 데리고 가서 부대원의 희생 없이 임무를 완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선의 방관'good men to do nothing'인 것이다. 워터스 대위가 난민들이 살육되는 것을 방관하지 않음으로써, 나이지리아의 수십명의 난민과 미래를 이끌 대통령의 아들이자 부족장을 성공적으로 구출할 수 있었다.

 

영화가 끝나자 마치 우리 나라가 월드컵 16강에 진출할 때처럼 뭔가 알 수 없는 쾌감같은 것이 느껴졌고 기분이 참 좋았다. 그리고 브루스 윌리스는 역시 참 멋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