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6일 일요일

언노운 우먼 ( The Unknown Woman, La Sconosciuta, 2006 )

 

거장 쥬세페 토르나토레의 또 하나의 걸작 언노운 우먼, 이미 개봉한 지는 꽤 지났지만 한번 쯤 꼭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터라 이번 기회에 보게 되었다. 제목부터가 뭔가 이상함이 느껴지는 이 영화는 영화 내내 미스테리한 느낌이 났다. 게다가 영화 내내 울려퍼지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더 현실감있게 만들어주는 듯 했다.

 

영화가 시작하면 처음부터 이색적인 장면이 나온다. 마치 좋은 상품을 고르듯 속옷 차림의 여자들을 세워놓고 여자를 고르는 것, 그곳에서 이레나(크세니야 라포포트)는 선택된다. 첫 장면과 무관하게 영화는 진행된다. 기차를 타고 벨라치라는 도시에 온 이레나, 그녀의 모든 행보는 벨라치의 어느 한 집과 연관이 되어 있다. 자신의 집을 그 집이 잘 보이는 곳을 구하고, 그 집이 있는 건물에 청소부로 들어간다. 마침내 온갖 술수를 부린 끝에 그 집의 가정부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 이유는 바로 그 집의 아이 때문이었다.

 

그녀는 가정부임에도 불구하고 그 집 아이인 떼아를 어머니처럼 보살피고 독립심을 키울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 하지만 영화 내내 그녀의 과거가 약간씩 그녀의 회상을 통해 보여지는데, 결국 과거의 일이 그녀의 발목을 붙잡는다. 그녀의 집과 차에 테러를 당하고, 심지어 길거리에서의 갑작스런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결국 가정부 일을 그만두게 되는데, 아이의 엄마인 발레리아 아다처가 살해되고, 그 사건의 용의자로 이레나가 지목된다. 경찰에게 심문을 받는 도중 이레나는 과거의 일들을 진술하게 되는데 이 때 영화에서의 모든 이해되지 않았던 일들의 의문이 풀리게 된다.

 

실제로 이레나는 창녀 출신으로, 아이를 대신 낳아주는 일을 했었다. 첫 장면도 대리모로써 선택이 되는 장면이었던 것이다. 12년 동안 무려 9명의 아기를 출산했는데, 마지막 아기에 대해서는 다른 아이에 비해서 더 많은 애착을 가진다. 내 생각에는 아마도 의사에게 더 이상 임신을 할 수 없을 거라는 말을 들어서 그런 것 같다. 산모에게서 아이를 입양한 부모의 이름, '벨라치의 아다커'를 들은 이레나는 벨라치로 향하고 그 집에 가정부로 들어갔던 것이다.

 

하지만 법원에서 산모와 대면한 이레나는 '벨라치의 아다커'라는 이름은 포주인 몰드가 자신의 펜던트에 있는 이름을 보고 순간적으로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했다는 말을 듣게 되고 충격을 받는다. 이레나는 감옥에 갇히게 되고 출감 후 어느덧 성장한 떼아를 만나는 장면에서 영화를 끝을 맺는다.

 

영화를 끝나고 느낀 것은 결국 이레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저렇게까지 아이에게 집착해야 했을까 였다. 마지막에 밝혀진 것은 떼아는 그녀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리뷰를 보면서 내가 놓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간에 발레리아 아다처가 금속 세공을 할 때 이레나가 지켜보고 있는 장면이 있는데 그 때 세공하고 있는 것이 바로 몰드의 펜던트이다. 즉, 이 장면에서 유추해보자면, 아이의 아빠인 도나토 아다처와 이레나가 처음 대면할 때 도나토가 이레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데, 그 때 도나토는 대리모였던 이레나를 알아본 것이다. 그래서 아내인 발레리아에게 펜던트를 제작해달라고 요청하고 산모에게 그 펜던트를 건네주면서 허위 진술을 부탁한 것이다. 결론은, 아이의 실제 엄마는 이레나가 맞는 것이다.

 

영화 내에서도 충분히 반전을 느꼈는데 그 반전을 뛰어넘는 반전이 있다는 것에 감탄을 했다. 그리고 그 반전을 눈치 챈 사람들이 신기할 정도로 교묘한 반전이었다. 이 반전을 알고 나니 영화의 약간 이해가 안되던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영화는 나름대로 꽤 재미있었고 계속 흘러나오는 음악이 참 좋았다. 스토리 구성도 좋은 것 같고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는 영화였다.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최고의 작품인 '시네마 천국'을 아직 보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한 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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