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0일 토요일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ジョゼと虎と魚たち, 2003, 이누도 잇신 )

 

국내에서 2004년에 개봉되었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영화를 이제야 봤다. 그 당시에도 그런 영화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볼 기회도 없을 뿐더러 딱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가 않았었다. 이번에도 딱히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인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내용이 꽤 괜찮았다.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는 대학교 4학년 학생으로, 밤에는 마작 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아가는 청년이다. 어느 날 마작 게임방에서 다른 사람들이 수상한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고,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 유모차를 마주치고 어쩌다보니 할머니를 도와주게 된다. 알고보니 할머니는 다리에 장애가 있어서 걷지 못하는 다 큰 손녀를 유모차에 태우고 매일 산책을 시켜주는 것이었다. 그날 저녁을 할머니집에서 먹은 츠네오는 손녀인 쿠미코(이케와키 치즈루)의 요리 솜씨에 감탄하고 매일 찾아오게 된다.

 

한편, 츠네오는 진정한 사랑을 하기 보다는 여자와 섹스를 하는 것에서 만족을 얻는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최근에는 카나에(우에노 주리)와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매일 쿠미코의 집에서 밥을 먹으면서 쿠미코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쿠미코도 그녀에게 잘해주고 자신과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츠네오에게 좋은 감정을 느끼지만 할머니의 반대로 둘은 다신 만나지 못하게 된다. 결국,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둘은 다시 만나게 되고 츠네오는 카나에와 헤어지고 쿠미코와 동거를 시작한다.

 

쿠미코는 연인이 생기면 꼭 하고 싶었던,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고 생각하는 호랑이를 실제로 보는 것을 츠네오와 함께 하고, 둘은 점점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한다. 1년 후, 츠네오는 다리에 장애가 있고, 성격에 제멋대로인 쿠미코와 만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쿠미코도 언젠가는 둘이 헤어질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게 되지만, 집에서 나오지도 않고 어둠 속에서만 살았던 자신이 츠네오로 인해서 바깥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츠네오과 쿠미코가 그것을 느끼게 되고 몇 개월 후 결국 둘은 헤어지고, 츠네오는 자신이 힘들어서 헤어졌지만 쿠미코를 너무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결국 참았던 눈물을 흘리게 된다.

 

이 영화는 단순히 줄거리만 읊조리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화 구석구석에서 전해지는 둘의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헤피엔딩도 아니며, 단지 우리가 일생 생활에서 항상 겪는 이야기를 영화로 잔잔하게 풀어내고 있다. '조제'는 한 프랑스 소설의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언젠간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거야. 베르나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야.

 

그 소설의 내용 중 일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쿠미코는 사랑은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끝이 난 후에는 둘은 또 어떻게든 살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츠네오, 눈 감아봐. 뭐가 보여?
아무것도. 깜깜해.
거기가 옛날에 내가 살던 곳이야. 깊고 깊은 바닷속. 난 거기서 헤엄쳐 나왔어.
그곳은 빛도 소리도 없고, 바람도 안 불고 비도 안 와.
정적만이 있을 뿐이지.
별로 외롭지는 않아.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냥 천천히 시간이 흐를 뿐이지.
난 두 번 다시 거기로 돌아가진 못할 거야.
언젠가 네가 사라지고 나면 난 길 잃은 조개껍질처럼
혼자 깊은 해저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겠지.
데굴데굴. 데굴데굴. 데굴데굴....
그것도 그런대로 나쁘진 않아.

 

츠네오와 쿠미코가 바다로 여행을 갔을 때 쿠미코가 혼잣말로 중얼거린 내용이다. 쿠미코는 츠네오를 통해서 한층 성숙했고, 츠네오가 떠나더라도 성숙한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에 츠네오가 쿠미코와 헤어지고, 다른 여자 친구들과 헤어지고 난 후에는 다시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쿠미코는 다신 친구가 될 수 없고 다신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에서 쿠미코와는 다른 여자들과 다른 진짜 사랑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가 끝난 후, 내용이 참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신기한 내용도, 스크린에서만 볼 수 있는 무언가도 없었다. 그냥 일상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랑 이야기였다. 그래서 신선했다. 나도 알고 있지만, 느끼지는 못하고 있던 것. 사랑하지만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 사랑이 짐이 될 때가 있다는 것. 몇 년이 지나고 다시 이 영화를 보면 지금과는 다른 것을 또 느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