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5일 목요일

디스트릭트 9 ( District 9, 2009, Neill Blomkamp )

 

미국과 세계 각지에서 엄청난 흥행을 하며 이슈화되었던 디스트릭트 9을 보게 되었다. 피터 잭슨이라는 거물의 제작, 닐 블롬캠프라는 신인 감독, 그리고 배우들은 모두 얼굴조차 처음 보는 신인 배우들.. 흥행에 성공한 역작치고는 다소 황당한 배경이라고 느끼며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가 시작하면 이미 외계인은 지구에 들어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도시인 요하네스버그 상공에 거대한 외계인 우주선이 멈춰서고 그 안에서 수 많은 외계인이 발견된다. 엄청난 과학 기술들이 집약된 듯한 우주선과 각종 레이저 무기들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할 만큼 외계인들은 정말 야만스럽고 미개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인간들은 '디스트릭스 9'라는 지역을 만들고 그 곳에 몇 백만의 외계인을 가두고 살게 한다.

 

그러던 중, 외계인 관리국 MNU는 외계인으로 인해 무법지대로 변해 버린 디스트릭트 9를 강제 철거하기로 결정하고 디스트릭트 10을 새롭게 만들어 외계인들을 이주시키기로 한다. 그 이주 프로젝트의 책임자로는 이영화의 주인공인 비커스(샬토 코플리)가 임명된다. 비커스는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제일 먼저 외계인들을 설득시키려고 한다. 마치 개발 예정 지역에 살고 있는 가난한 서민들의 집을 강제로 철거하기 위해 개발하려는 사람들이 서민들에게 강제로 철거 동의서에 서명하라고 하는 것처럼 비커스는 외계인들에게 철거 동의서를 무작정 들이민다. 하지만 외계인들은 대부분 반발하는데, 비커스는 번번히 무력을 이용해서 그들을 진압해 동의를 받아낸다. 그러다 실수로 어떤 액체를 건드리게 되고 그 액체가 얼굴에 튀게 된다. 황급히 닦아 내고 별 이상이 없자 그 액체를 압수한 후 비커스는 계속 일을 진행하지만 외계인을 무력 진압하던 도중 팔에 상처를 입게 되고 MNU로 복귀하게 된다.

 

복귀한 비커스는 자신의 팔을 치료하려고 임시로 묶어둔 붕대를 푸는데 자신의 팔이 외계인의 팔로 변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경악한다. MNU에서는 비커스의 이런 상황 때문에 비커스가 실험 대상으로 적합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를 살해해서 외계인에 대한 각종 실험을 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비커스는 가까스로 탈출하고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짐작하는 그 액체를 만든 외계인을 찾아간다. 그 외계인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아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는 크리스토퍼인데, 크리스토퍼는 비커스에게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비커스는 이 말에 희망을 얻고 크리스토퍼와 함께 압수한 액체가 보관되어 있는 MNU 건물로 쳐들어간다. 가까스로 액체를 구해서 건물을 나가려고 하지만 그 곳에서 크리스토퍼는 자신의 동족들이 인간들에 의해 실험 대상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비커스를 인간으로 만드는 것보다 동족들을 인간으로부터 구해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탈출에 성공한 둘은 크리스토퍼의 아지트로 돌아오지만 고향으로 갔다가 3년 후에 다시 비커스를 고치러 오겠다는 크리스토퍼의 말에 비커스는 크리스토퍼를 배신하고 혼자 액체를 독차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MNU 군대의 방해로 인해 무산되고 비커스는 외계인 병기에 탑승한 채 MNU 군대와 맞서게 된다.

 

점점 불투명해지는 자신이 인간으로 되돌아가는 성공을 뒤로 한 채, 비커스는 크리스토퍼의 염원을 이뤄주기 위해 크리스토퍼를 엄호해서 먼저 외계인 모선으로 보내주고, 홀로 MNU 군대와 싸워 그들을 섬멸시킨다. 그리고 그는 곧 완전히 외계인으로 변해서 아내를 그리워하며 쓸쓸히 살아간다.

 

영화 시작부터 꽤 신선한 충격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다른 외계인이 나오는 SF 영화처럼 외계인이 침공하거나, 새롭게 외계인이 지구로 들어오는 구성이 아닌 외계인이 이미 들어와서 정착을 한 상황을 전제로 하고 영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계인은 실제로는 발달된 문명을 가지고 있지만 지도자의 부재와 같은 이유로 인해 미개하고 더러운 취급을 받고 있다는 설정도 꽤 흥미로웠다.

 

이 영화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란 나라에서 실제로 있었던 디스트릭트 6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졌다는 말이 많다. 디스트릭트 6는 실제로 '케이프 타운'이라는 도시 외곽 지역으로 유색 인종들이 거주하던 지역이었는데 케이프 타운이 확장되면서 이 지역이 도심으로 바뀌어서 백인들이 강제로 유색 인종 거주민들을 몰아낸 지역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이 영화에 나오면 많은 소재와 장면들이 남아공의 현실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감독은 아마도 남아공의 현실에 SF 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그것을 고발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이 영화에서는 인간의 이기적인 측면도 볼 수 있는데, 그렇게 외계인을 하등한 존재로 보며 무시하던 비커스가 막상 외계인 입장이 되자 어떻게든 크리스토퍼의 도움을 받으려고 애쓰고, 그것도 나중에 자신의 뜻대로 안되자 바로 배신해버리는 모습이 나온다. 근데 그걸 보면서 내가 저 상황이면 비커스처럼 똑같이 행동할 것 같아서 비난할 수가 없었다. 교묘하게 영화 내의 상황을 이용해서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는 그런 인간의 이기심을 표현해내는 감독의 표현력을 인정안할 수가 없었다.

 

영화의 촬영 기법도 꽤 신선했는데, 어떤 장면은 영화를 본다기보다는 뉴스의 한 장면을, 혹은 일반인이 찍은 영상이라는 느낌으로 볼 수 있게 하면서 현장감이 더해졌다. CG도 꽤 화려하고 액션씬도 나쁘지 않아서 실제감도 더했다.

 

전체적으로 괜찮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고 감독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인 감독 빌 블롬캠프의 영화 데뷔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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