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일 금요일

거북이 달린다 ( 2009, 이연우 )

 

타짜, 추격자 이후로 김윤석의 명연기에 반해서 차기작인 거북이 달린다를 참 많이 기대했었다. 그래서 영화관에서 보기 위해 많이 시도를 했었는데 번번히 시간이 안 맞아서 실패하다가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감독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연우 감독이며, 상대역은 드라마에서 많은 좋은 연기를 펼쳤던 정경호이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초반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면서 조필성(김윤석)의 전형적인 시골 형사 생활을 보여준다. 별로 하는 일 없고, 지방에서 열리는 소 싸움 대회 성공만이 목표이며, 심심하면 다방 가서 시간을 죽이는.. 가끔 정의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푼돈을 벌기 위해 사주를 받고 성매매 등을 단속하는 그런 모습이다. 하지만 그런 조필성도 형사이기 때문에 마을에서 꽤나 인정받는 인물 중의 하나인데, 그래서인지 딸의 학교에서 일일교사를 초청받는다.

 

한편, 지병을 앓고 있는 용의자가 심문 도중 조필성의 실수로 사망할 뻔 하면서 3개월 정직 처분이 내려진다. 안그래도 집에 돈이 부족한 조필성은 아내에게 혼날까봐 3개월 동안 월급을 못 받는다는 말은 못하고 도박의 일종인 소 싸움 대회에 아내가 모아놓은 300만원을 모두 투자한다. 뜻밖에 성공적으로 1800만원을 벌게 되지만, 탈주범 송경태(정경호)가 조필성의 돈을 가지고 있는 그의 친구들을 폭행하고 그 돈을 빼앗아 달아난다. 조필성은 송경태를 쫓지만 도리어 몸이 재빠른 송경태에게 당하게 된다.

 

다음 날 그 사실을 경찰 동료와 상사들에게 말해보지만, 조필성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정직 상태인데다, 돈, 자존심까지 잃은 조필성은 친구들과 함께 복수를 도모한다. 마을 여기저기서 수집한 정보를 통해 송기태의 내연녀인 경주(선우선)의 집을 습격하지만 도리어 그에게 손가락이 잘리는 수난을 당한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잡으려고 노력한 끝에, 송기태를 돕고 있는 마을의 한 청년을 붙잡게 되고 송기태에게 필요한 여권과 달러를 확보하게 된다. 이젠 도리어 급해진 송기태와 송기태를 꼭 잡고 싶어하는 조필성의 1:1 대결이 시작되고, 난투극 끝에 조필성은 송기태를 때려눕히고 경찰서에 데려오게 된다.

 

일일교사를 맡기로 했던 조필성은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화려한 경찰 퍼레이드를 보여줌으로써 멋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내내 약간 조바심이 났었는데, 그것은 영화 초반에 나온 딸의 일일교사 제의를 받아들인 후 계속 망가지는 조필성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어떤 식으로 일일교사를 성공시킬 것인지가 걱정되어서였다.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로 나오는 그가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영화 보는 내내 그게 점점 어려워지기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으로 딸에게 멋진 선물을 안겨주는 모습이 영화 장면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조필성과 정경호는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았다. 몇 번이나 감옥을 탈출할 정도로 머리가 비상하고 몸이 재빠른 정경호, 시골에서 별로 하는 일 없이 편하게 살아가는 조필성. 하지만 조필성도 송기태 때문에 많은 것을 잃으면서 서서히 변한다. 반대로 송기태는 처음 보는 사람을 믿고 여권과 돈 가지고 오는 일을 맡기는 등 다소 치밀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마치 토끼와 거북이 동화에서 방심하는 토끼와 열심히 걷는 거북이처럼.. 결국 동화에서처럼 거북이(조필성)는 토끼(송기태)를 잡게된다.

 

추격자에서처럼 김윤석은 기대에 저버리지 않는 명연기를 보여줬다.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시골 형사의 모습이었고 당하고 또 당하면서도 일어서는 의지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를 응원하게 만들었다. 비록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추격자보다는 긴박감이나, 사실감 등이 덜했지만 배우 김윤석을 한번 더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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